
60대 초반 여성분이 "요즘 입이 너무 말라서 잠을 자다 깨요"라고 하셨습니다. 고혈압약과 수면제를 함께 복용 중이셨습니다. 진료를 해보니 앞니 여러 곳에 충치가 새로 생겨 있었습니다. "양치를 열심히 하는데 왜 자꾸 충치가 생기냐"고 하셨습니다. 구강건조증이 원인이었습니다. 침이 줄면 충치 위험이 극적으로 올라갑니다. 칫솔질만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이 글은 입이 마르고 끈적한 느낌이 드는 환자분, 약을 먹고 나서부터 입마름이 심해진 환자분, 침이 없어서 음식 삼키기가 불편한 환자분을 위해 씁니다. 구강건조증이 왜 생기는지, 왜 단순한 불편함이 아닌지, 그리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임상 경험과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겠습니다.
구강건조증(xerostomia)이 정확히 뭔가요?
구강건조증: 침샘에서 분비되는 침의 양이 줄어들거나, 침의 성분이 변해서 입안이 건조하고 불편한 상태가 지속되는 증상.
침은 단순히 음식을 삼키기 쉽게 해주는 윤활제가 아닙니다. 침 속에는 항균 단백질이 들어 있어서 구강 내 세균 수를 조절합니다. 음식의 산성 성분을 중화해서 치아를 보호합니다. 치아 표면의 미네랄을 재공급해서 초기 탈회(법랑질이 녹는 것)를 되돌립니다. 침이 줄면 이 모든 방어 기능이 동시에 약해집니다. 그 결과가 충치 폭발과 잇몸병 악화입니다.
구강건조증은 얼마나 흔한가요
예상보다 훨씬 흔합니다. 미국치과의사협회(ADA)가 인용한 2018년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22%가 구강건조증을 경험합니다. 여성(10~33%)이 남성(10~26%)보다 유병률이 높고, 고령일수록 증가합니다.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노인 환자분에서 특히 많습니다.
저희 진료실에서도 50대 이상 환자분 중 여러 가지 약을 복용 중인 분들에게 이 증상이 많습니다. 증상이 있어도 "나이 들면 원래 그런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오래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강건조증의 원인은 뭔가요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약물입니다.
세계구강의학학술대회(World Workshop on Oral Medicine VI)의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14개 약물 분류 범주 중 9개가 구강건조증과 연관이 있습니다. (Villa A et al., Oral Dis, 2016, doi: 10.1111/odi.12451) 특히 구강건조증을 많이 일으키는 약물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혈압약(이뇨제,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항우울제(삼환계 항우울제, SSRI, SNRI),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약), 수면제·신경안정제, 항콜린제, 일부 당뇨약, 파킨슨 치료제.
약물 외 원인으로는 쇼그렌 증후군(타액선과 눈물샘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 두경부 방사선 치료(암 치료 후 타액선 손상), 당뇨 조절 불량, 탈수, 구강 호흡 습관, 흡연이 있습니다.
약을 먹기 시작한 뒤 입마름이 생겼다면 약물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절대 안 됩니다. 담당 내과의와 상의해서 약을 바꾸거나 복용 시간을 조정하는 방법을 먼저 검토하십시오.
구강건조증이 치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침이 줄면 치아에 일어나는 변화는 예상보다 빠르고 광범위합니다.
충치 급증: 침이 없으면 산성 환경이 지속되고 세균이 증식합니다. 특히 치경부(치아와 잇몸 경계)와 앞니에 충치가 갑자기 여러 개 생기는 패턴이 나타납니다. 열심히 닦아도 충치가 계속 생긴다면 구강건조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잇몸병 악화: 침의 항균 성분이 줄면 잇몸 주변 세균막이 더 빠르게 쌓입니다.
구강 칸디다증: 침이 줄면 진균(곰팡이)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혀가 타는 듯하거나 하얗게 덮이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의치 불편감: 틀니를 끼고 있는 환자분은 침이 없으면 흡착력이 급격히 줄고 잇몸 자극이 심해집니다.
삼킴 곤란: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말할 때 불편합니다. 식사량이 줄고 영양 상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면 해결되나요
일시적 불편감은 줄어듭니다.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물은 입안을 일시적으로 적셔주지만 침을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침에 들어있는 항균 단백질, 뮤신(점성 성분), 중탄산염(산 중화 성분), 미네랄은 물에 없습니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은 불편감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치아 보호 기능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2024년 ScienceDirect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노인 구강건조증 환자에서 pilocarpine(침샘 자극제), 1% 말산(malic acid), 타임꿀 구강세정제가 위약 대비 구강건조 증상을 유의미하게 개선했습니다. (doi: 10.1016/j.jdent.2025.105670) 단, 이 치료들은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실제 타액 분비량을 유의미하게 늘리지는 못했습니다. 증상 완화와 타액 분비 증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구강건조증 관리 — 집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치과에서 해야 하는 것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물을 자주 조금씩 마십니다.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자주 입을 적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무설탕 껌이나 무설탕 사탕을 씹습니다. 씹는 자극이 침샘을 자극해 타액 분비를 늘립니다. 설탕이 든 제품은 구강건조증 환자에게 충치 위험을 높이므로 반드시 무설탕으로 선택하십시오.
구강 호흡을 줄입니다. 코로 숨쉬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취침 중 구강 호흡이 심한 분은 수면 중 입마름이 더 심합니다.
카페인·알코올·흡연을 줄입니다. 이들은 모두 타액 분비를 억제합니다.
인공 타액(침 대체제) 스프레이를 사용합니다. 약국에서 구입 가능하며 일시적 불편감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치과에서 해야 하는 것:
불소 도포를 정기적으로 받습니다. 구강건조증 환자는 충치 위험이 높아서 일반 환자보다 더 자주 불소 도포가 필요합니다.
고농도 불소 치약을 처방받습니다. 일반 치약보다 고농도 불소(5,000ppm)가 든 치약을 처방받아 쓰면 충치 예방 효과가 더 높습니다.
스케일링 주기를 단축합니다. 일반적으로 1년에 한 번이지만, 구강건조증 환자는 3~6개월마다 받는 것이 좋습니다.
원인 파악을 위해 복용 중인 약 목록을 가져오십시오. 담당 치과의사가 약물 목록을 확인하고 내과 주치의와 협력해 약 조정이 가능한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구강건조증이 내 잘못인가요
아닙니다. 대부분의 구강건조증은 환자분이 통제할 수 없는 원인에서 옵니다. 고혈압·우울증·불안장애 등 만성 질환 치료를 위해 약을 드셔야 하는 상황에서 부작용으로 생기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 약을 같이 복용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잘못이 아니라, 그 상황에 맞는 구강 관리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분 이야기
70대 남성분이 갑자기 앞니 여러 개에 충치가 생겼다며 오셨습니다. "이가 약해진 건가요? 나이 때문인가요?"라고 하셨습니다. 복용 중인 약을 확인해보니 고혈압약, 전립선약, 수면제 세 가지를 함께 드시고 있었습니다. 모두 타액 분비를 줄이는 약물이었습니다. 충치를 치료하고 고농도 불소 치약을 처방했습니다. 3개월마다 불소 도포를 받기로 했고, 물 대신 자일리톨 캔디를 자주 드시도록 안내했습니다. 1년 후 새 충치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아니라 약물이 원인이었습니다.
60대 여성분은 틀니를 끼고 있으신데 갑자기 틀니가 너무 불편하다며 오셨습니다. 틀니 자체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최근 항우울제를 새로 처방받으셨는데, 그 약이 타액 분비를 줄이면서 틀니 흡착력이 약해진 것이었습니다. "약이 틀니까지 영향을 준다는 걸 몰랐어요"라고 하셨습니다. 인공 타액 스프레이와 함께 틀니 접착제를 임시로 사용하시도록 안내했습니다.
환자분이 꼭 기억하실 4가지
약을 먹기 시작한 뒤 입마름이 생겼다면 약물 부작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의로 약을 끊지 마시고, 담당 내과의와 치과의사 모두에게 알리십시오.
구강건조증이 있다면 충치 위험이 올라갑니다. 불소 치약·불소 도포·스케일링 주기 단축으로 구강 관리를 강화하십시오. 칫솔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설탕 껌을 씹거나 물을 자주 조금씩 마시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단, 침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틀니를 끼고 있는 환자분이 갑자기 틀니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든다면 구강건조증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십시오. 새 틀니를 만들기 전에 원인부터 파악하는 것이 맞습니다.
더착한치과의원 황우석 원장입니다. 침은 치아를 지키는 가장 오래된 방어 시스템입니다. 그게 줄었다는 신호를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최종 검토: 2026-07-08 · 감수 황우석 대표원장 (치의학박사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