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 마취 주사기
황우석 대표원장
치의학박사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주사 맞기 전에 이미 반은 끝납니다 — 더착한치과의 3단계 무통마취 이야기

40대 중반 남성분이 진료 의자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저 주사 맞는 게 진짜 무서워서 한 10년은 치과를 못 왔어요." 이를 갈다가 옆 치아까지 금이 갔는데도, 무서워서 못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날 임플란트 두 개를 심었고, 진료가 끝나고 나서 하신 말씀이 이겁니다. "이게 다 끝난 거예요?" 10년을 버틴 공포가, 마취 주사 한 방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글은 치과 공포가 있는 환자분, 마취 주사가 무서워서 치료를 미루고 계신 환자분을 위해 씁니다. 저희 진료실에서 쓰는 3단계 무통마취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그리고 환자분이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를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무통마취(painless anesthesia)가 정확히 뭔가요?

무통마취: 마취약 주사를 놓기 전에 잇몸을 미리 감각 차단하고, 주사 속도와 압력을 정밀하게 조절하여 주사 자체의 통증을 최소화하는 마취 방식.

일반 마취와 무통마취의 차이는, 마취약의 종류가 아니라 '어떻게 놓느냐'에 있습니다. 같은 리도카인 마취약이라도, 차가운 잇몸에 갑자기 바늘을 찌르고 빠르게 주입하면 심하게 아프고, 순서를 밟아 천천히 주입하면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그 순서가 바로 3단계입니다.

치과 마취 주사, 왜 어떤 데는 안 아프고 어떤 데는 그렇게 아플까?

마취 주사의 통증은 두 가지에서 옵니다.

첫째, 바늘이 잇몸을 뚫을 때의 찌르는 느낌. 둘째, 마취약이 주입될 때 조직을 밀어내는 압력 통증. 이 둘을 따로따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마취약이 좋아도 환자분은 아프게 됩니다.

또 하나 더 있습니다. 불안 자체가 통증을 키웁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이 긴장하면 같은 자극도 훨씬 강하게 느껴집니다. 치과 공포가 있는 환자분이 더 아프게 느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진료 전 불안을 낮추는 것 자체가 무통마취의 일부입니다.

더착한치과의 3단계 무통마취 — 단계별로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1단계: 표면마취 — 잇몸을 먼저 잠재웁니다

바늘이 닿기 전에, 마취 젤을 잇몸에 바릅니다. 표면마취(topical anesthesia)입니다. 2~3분을 기다립니다. 이 젤이 잇몸 표면 수 밀리미터를 감각 차단해 놓습니다.

왜 중요하냐면, 바늘이 처음 피부를 뚫는 그 순간이 환자분이 가장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을 지워놓으면, 마취 주사의 절반은 이미 끝난 겁니다. 젤을 충분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주사를 놓는 게 흔한 실수입니다. 저희는 적어도 2분을 지킵니다.

2단계: 극세침 + 저속 주입 — 주사약이 들어가는 느낌을 지웁니다

표면마취가 된 자리에, 가능한 가장 가는 바늘(30게이지, 직경 0.3mm)로 주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주입합니다.

마취약이 조직으로 들어갈 때 통증의 원인은 '속도'와 '압력'입니다. 빠르게 밀어 넣으면 조직이 갑자기 부풀면서 아픕니다.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넣으면 조직이 서서히 적응하며 통증이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저는 손으로 속도를 조절하되, 환자분의 표정을 보면서 더 늦추기도 합니다. 시간이 더 걸려도 좋습니다.

2025년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전통적 주사기보다 속도와 압력을 정밀 제어하는 방식이 통증 인식 척도(Wong-Baker Scale)에서 유의미하게 낮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Shirani M et al., J Dent, 2025. doi: 10.1016/j.jdent.2025.105770)

이 결과는 마취약의 종류를 바꾼 게 아닙니다. 놓는 방식을 바꿨을 뿐입니다.

3단계: 충분한 작용 시간 — 마취가 완전히 들 때까지 기다립니다

마취약을 주입한 직후 바로 시술을 시작하지 않습니다. 최소 3~5분을 기다립니다. 이 기다림이 세 번째 단계입니다.

마취약이 신경 주변에 퍼지고 실제로 신경 전달이 차단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쁜 진료실에서 이 기다림을 생략하면, 마취는 됐지만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술이 시작됩니다. 그때 환자분이 "마취가 다 안 된 것 같아요"라고 하시는 겁니다. 저는 그 시간 동안 환자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눕니다. 긴장도 풀리고, 마취도 충분히 들고, 일석이조입니다.

치과 공포 때문에 치료를 미뤄온 게 내 잘못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사실에 기반한 말씀입니다.

2021년 Journal of Dentistry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Silveira et al.)에 따르면, 성인 치과 공포·불안의 전 세계 유병률은 약 15.3%로 추정됩니다. (doi: 10.1016/j.jdent.2021.103632) 성인 7명 중 1명이 치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공포의 가장 흔한 원인은, 예전에 치과에서 실제로 아팠던 경험입니다.

한 번 아팠던 기억은 다음 방문을 더 아프게 만들고, 그게 회피로 이어집니다. 환자분이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이전 경험이 그렇게 각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악순환을 끊는 것이 무통마취의 진짜 역할입니다.

무통마취라고 해서 100% 안 아픈 건가요?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전혀 안 아프다"고 단언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거짓말이 됩니다.

잇몸 상태, 염증 정도,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마취 효과는 달라집니다. 급성 염증이 심한 치아, 특히 아래쪽 어금니 신경 차단 마취는 원래 효과를 내기가 더 까다롭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마취 방법을 달리하거나 보완 마취를 추가합니다.

목표는 "아프지 않은 것"이지 "한 가지 방법을 고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통마취가 필요한 환자분은 따로 있나요?

치과 공포가 있는 환자분 — 불안이 통증 감수성을 높이므로, 첫 경험이 좋아야 악순환이 끊깁니다.

오랫동안 치과를 피해온 환자분 — 첫 시술에서 아프지 않아야 다음 방문이 가능합니다. 임플란트 수술을 앞둔 환자분 — 절개 부위가 여러 곳이고, 마취 깊이가 충분해야 전체 과정이 편안합니다. 마취 주사 자체를 무서워하는 환자분 — 3단계로 '주사의 공포'를 먼저 없애는 게 핵심입니다. 신경이 예민한 환자분, 어르신 — 잇몸이 얇고 예민할수록 표면마취와 저속 주입이 더 효과적입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분 이야기 — 두 가지

50대 여성분이 처음 오셨을 때, 진료 의자에 앉기 전부터 손이 떨렸습니다. "저 마취 주사 맞으면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요. 전에 어디서 맞았다가 기절할 뻔 했어요." 당시 고혈압 약을 드시고 있었고, 에피네프린(혈관수축제)이 든 마취약에 민감하게 반응하신 거였습니다. 그날은 에피네프린 농도를 낮춘 마취약으로, 3단계 순서를 더 천천히 진행했습니다. 진료 후 "이렇게 해줬으면 진작에 왔을 텐데"라고 하셨습니다. 마취약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쓰느냐가 달랐던 겁니다.

60대 초반 남성분, 임플란트 4개를 계획하고 오셨는데 첫 상담에서 "선생님, 주사가 제일 걱정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 임플란트 시술 당일, 표면마취를 바르고 나서 5분을 기다렸습니다. 시술이 끝나고 나서 하신 말씀이 이겁니다. "주사 맞은 거 맞죠? 저 못 느꼈는데요." 나머지 세 개는 훨씬 가볍게 오셨습니다. 첫 경험이 그다음을 바꿉니다.

환자분이 꼭 기억하실 3가지

마취 주사의 통증은 마취약 종류가 아니라 '어떻게 놓느냐'에서 거의 결정됩니다. 표면마취, 극세침, 저속 주입 — 이 세 가지가 갖춰졌는지 물어봐도 됩니다.

치과 공포는 약함의 증거가 아닙니다. 전 세계 성인의 약 15%가 경험하는 실제 현상이고, 이전 통증 경험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공포가 있는 채로 오셔도 됩니다. 아프다고 느껴지면 즉시 손을 드세요. 참으면 불안이 커지고, 시술도 어려워집니다. 잠깐 멈추고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그게 저는 오히려 더 편합니다.

더착한치과의원 황우석 원장입니다. 임플란트 15,000개를 심으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시술 자체보다 마취 첫 순간이 환자분의 치과 경험 전체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최종 검토: 2026-06-25 · 감수 황우석 대표원장 (치의학박사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