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남성분이 진료 의자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많이 떨려요. 마지막으로 치과 온 게 12년 전이에요." 이를 갈다가 옆 치아까지 금이 갔는데도 무서워서 못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날 임플란트 두 개를 심었고, 진료가 끝나고 나서 하신 말씀이 이겁니다. "이게 다 끝난 거예요? 왜 이렇게 빨리 끝났죠?"
12년을 무서워한 것이 실제 치료보다 훨씬 힘들었던 겁니다.
이 글은 치과가 너무 무서워서 치료를 미루고 계신 분, 어릴 때 아팠던 기억 때문에 아직도 치과가 두려운 분, 무서운 마음을 가지고도 치과에 오고 싶은 분을 위해 씁니다.
치과 공포(dental anxiety)가 정확히 뭔가요?
치과 공포: 치과 치료 자체 또는 치과 환경(소리, 냄새, 기구, 주사)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나 불안으로, 치과 방문을 회피하거나 치료 중 극도의 긴장을 경험하는 상태.
치과 공포는 나약한 것이 아닙니다. 2021년 Journal of Dentistry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Silveira et al.)에 따르면 성인의 약 15.3%가 유의미한 치과 불안을 경험합니다. (doi: 10.1016/j.jdent.2021.103632) 성인 7명 중 1명입니다. 치과 공포는 특이한 것이 아니라 매우 흔한 경험입니다.
치과 공포는 왜 생기나요
대부분의 경우 원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거의 항상 과거 경험입니다.
어릴 때 아팠던 기억: 어린 시절 치과에서 아팠던 경험은 강하게 각인됩니다. 그 기억이 이후 모든 치과 방문에 영향을 줍니다. 한 번 아팠던 기억이 다음 방문을 더 두렵게 만들고, 그게 회피로 이어집니다.
통제감 상실: 치과 의자에 누워 있으면 입을 열고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이지 않고, 말할 수 없고,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이 취약한 상황 자체가 불안을 유발합니다.
소리와 냄새: 드릴 소리, 흡인기 소리, 치과 특유의 냄새가 과거 아팠던 기억과 연결되어 불안을 촉발합니다.
주사 공포: 많은 분들이 치과 공포의 핵심이 주사라고 하십니다. 마취 주사 자체가 무서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정적 경험의 누적: 한 번 힘든 경험이 회피로 이어지고, 회피로 치아 상태가 나빠지고, 나빠진 치아를 치료받을 때 더 힘든 경험을 하고, 그게 더 강한 회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치과 공포가 있으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치과 공포의 가장 큰 피해는 무서워서 안 가는 동안 치아 상태가 나빠진다는 겁니다.
충치는 방치하면 신경까지 갑니다. 작은 충치일 때 오면 간단히 처치할 수 있는 것이 신경까지 가면 신경치료가 필요합니다. 더 오래 두면 발치가 필요해집니다. 무서워서 안 간 결과가 더 무서운 치료를 받게 되는 역설이 생깁니다.
임플란트 주위염도 초기에 발견하면 간단히 관리할 수 있는데, 오래 방치하면 임플란트를 제거해야 합니다. 잇몸병도 초기가 가장 치료하기 쉽습니다.
치과 공포가 결국 더 많은 치료, 더 많은 비용, 더 긴 치료 기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과 공포,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요
극복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공포를 완전히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무서운 마음을 가지고도 올 수 있게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첫 번째,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치과에 들어서기 전에, 또는 진료 의자에 앉자마자 "저 무서워요"라고 말씀하십시오. 이 한 마디가 진료 방식을 바꿉니다. 미리 말씀해 주시면 더 천천히, 더 설명하면서 진행합니다. 참으면서 버티는 것보다 말씀해 주시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두 번째, 신호를 정해두십시오. 치료 중 멈추고 싶을 때 손을 드는 신호를 미리 정해두십시오.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줄어듭니다. 통제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첫 방문의 목표를 낮추십시오. 처음 오실 때 모든 것을 한 번에 치료하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첫 방문에서는 진료 의자에 앉아보는 것, 입 안을 확인하는 것, 치료 계획을 듣는 것만 해도 충분합니다. 첫 경험이 좋아야 두 번째가 가능합니다.
네 번째, 마취가 제대로 들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많은 분들이 마취가 충분히 들기 전에 시작해서 아팠던 경험이 있습니다. 저희 진료실에서는 표면마취를 먼저 바르고, 2분 이상 기다린 뒤, 가장 가는 바늘로 천천히 마취를 합니다. 마취가 완전히 들었는지 확인한 뒤에 시작합니다. 아프면 즉시 말씀해 주십시오.
다섯 번째, 음악이나 영상을 활용하십시오.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소리로 인한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저 이 상태로 가도 되나요" — 무서워서 안 간 게 내 잘못인가요
아닙니다. 치과 공포는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과거 경험이 만든 조건 반응입니다. 치과에서 아팠던 기억이 두려움을 만들고, 그 두려움이 회피를 만든 겁니다. 그게 12년이 됐다고 해서 치과에 올 자격이 없는 게 아닙니다.
지금 치아 상태가 어떻든, 얼마나 오래 안 가셨든, 그냥 오시면 됩니다. 판단하지 않습니다. 치아 상태를 보고 "왜 이렇게 두셨어요"라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같이 계획하는 것이 진료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저희 진료실에서 처음 오시는 분들 중 10년 이상 치과를 안 가셨던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 대부분이 "진작 올 걸 그랬다"고 하십니다. 두려움이 실제 치료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하십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분 이야기
50대 여성분이 진료 의자에 앉기 전부터 손이 떨렸습니다. "저 주사 맞으면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요. 기절할 것 같아요." 마취 전에 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무엇이 가장 무서운지, 전에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표면마취를 충분히 바르고 5분을 기다렸습니다. 가장 가는 바늘로 아주 천천히 마취했습니다. 끝나고 나서 "이게 마취 맞아요? 못 느꼈어요"라고 하셨습니다. 3개월 뒤 다시 오셨습니다. 더 이상 손이 떨리지 않았습니다.
60대 남성분은 오랫동안 피해오셨는데 어금니가 너무 아파서 참을 수 없게 됐을 때 오셨습니다. 신경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많이 걱정하셨지만 3단계 무통마취로 진행했고 치료 중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셨습니다. "뭘 하는지도 몰랐어요"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정기 검진을 받고 계십니다.
치과 공포가 있는 분들이 꼭 기억하실 4가지
치과 공포는 성인 7명 중 1명이 경험하는 흔한 감정입니다. 약한 게 아닙니다. 무서운 채로 와도 됩니다.
오실 때 "무섭다"고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그 한 마디가 진료 방식을 바꿉니다. 참으면서 버티는 것이 더 힘듭니다.
치료 중 손을 들면 언제든 멈춥니다. 이것을 미리 정해두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줄어듭니다. 통제감이 공포를 줄입니다.
첫 방문의 목표를 낮추십시오. 모든 것을 한 번에 할 필요 없습니다. 첫 경험이 좋으면 두 번째가 가능해집니다. 두 번째가 되면 세 번째는 더 쉬워집니다.
더착한치과의원 황우석 원장입니다. 치과가 무서워서 못 오고 계신 분들을 진료실에서 자주 만납니다. 그분들이 치료를 마치고 나서 하시는 말씀은 항상 비슷합니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더 일찍 오실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습니다.
최종 검토: 2026-07-17 · 감수 황우석 대표원장 (치의학박사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