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황우석 | 치의학박사(부산대학교 구강생화학)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 임상 24년
한줄 답: 치과 공포로 미룬 임플란트는 겁보다 미룬 시간이 치료를 어렵게 만듭니다. 아프기 전에 계획하면 마취가 잘 듣고 수술 범위도 작아집니다.
50대 후반 남성 환자분이 상담 의자에 앉자마자 말씀하셨습니다. "원장님, 긴장돼서 소변이 계속 마려워요." 아래 어금니 두 개를 잃은 지 4년째였습니다. 그사이 옆 치아까지 흔들려, 두 자리로 끝났을 치료가 네 자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분이 치과를 미룬 이유는 게으름이 아니었습니다. 20대에 사랑니를 뽑다가 마취가 풀려 고생한 기억 하나가 30년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환자분을 한 달에 서너 분은 만납니다.
이 글은 치과가 무서워 임플란트를 미뤄온 환자분을 위한 글입니다. 미룰수록 왜 더 아프고 커지는지, 두려움을 줄이면서 치료를 시작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치과 공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용기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을 때 먼저 오시는 것입니다.
치과 공포증이 정확히 뭔가요?
치과 공포(dental anxiety): 치과 치료를 떠올리기만 해도 불안이 올라와 진료를 피하거나 미루게 되는 상태입니다.
드문 일이 아닙니다. 31개 연구, 성인 7만 2천여 명을 모은 메타분석에서 치과 공포가 있는 성인은 약 15.3%였고, 가장 심한 단계는 약 3.3%였습니다. 여성과 젊은 연령에서 더 많았습니다(Silveira 외, 2021, Journal of Dentistry, DOI: 10.1016/j.jdent.2021.103632). 대략 여섯 분 중 한 분입니다.
치과가 무서운 건 환자분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과거의 아팠던 한 번이 몸에 남아 있습니다. 마취가 덜 된 채 치료를 받았거나, 누운 채로 설명 없이 진행된 기억입니다.
아플 때 가면 된다는 말, 맞는 건가요?
절반만 맞습니다. 아플 때 오시면 치료는 받으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순서가 공포를 더 키운다는 점입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치과 공포가 있는 분은 진료를 미루고, 그사이 병이 진행되어 급한 치료를 받게 되고, 그 경험이 다시 공포를 굳히는 악순환이 확인되었습니다(Armfield 외, 2007, BMC Oral Health, DOI: 10.1186/1472-6831-7-1).
여기에 임상의만 아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염증이 심한 잇몸과 뼈는 조직이 산성으로 기울어, 마취약이 신경까지 잘 스며들지 못합니다. 욱신거릴 때 치과에 가면 마취가 잘 안 든다는 환자분 말씀은 기분 탓이 아닙니다.
치과 치료가 아플지 안 아플지를 가장 강하게 결정하는 건 환자분의 참을성이 아니라, 염증이 얼마나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느냐입니다.
아플 때 가는 치료와 미리 계획한 치료, 무엇이 다른가요?
구분 / 아플 때 가는 치료 / 미리 계획한 치료 어떤 경우에 / 붓고 욱신거려 참지 못할 때 /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진 뒤, 통증이 없을 때 마취 / 염증 때문에 잘 안 들 수 있음 / 대부분 한 번에 충분히 듦 치료 범위 / 발치, 골이식이 같이 필요한 경우가 많음 / 필요한 자리만 계획대로 환자분 부담 / 진료 횟수와 회복 기간이 늘어남 / 일정과 비용을 미리 알고 시작
무통마취는 정말 안 아픈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감각이 완전히 0이 되지는 않습니다. 대신 통증이 생기는 지점을 하나씩 줄입니다. 저희 진료실은 세 단계로 합니다. 먼저 잇몸에 바르는 마취로 바늘 감각을 둔하게 합니다. 다음으로 아주 가는 바늘을 쓰고, 기계가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약을 밀어 넣어 압력 통증을 줄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취가 충분히 퍼진 걸 확인한 뒤 필요한 곳에만 더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분은 주사 순간을 따끔한 정도로 기억하십니다.
잇몸을 절개하지 않는 임플란트가 두려움을 줄여주나요?
도움이 됩니다. 수술 전 CT로 뼈를 입체로 보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최적의 식립 경로를 제안하면 의사는 최종 승인만 합니다. 그 경로대로 만든 가이드를 끼우고, 잇몸을 열지 않고 지름 4~5mm 정도의 작은 구멍으로 심습니다. 봉합이 없으니 붓기와 통증이 적은 편입니다. 다만 뼈가 많이 부족하면 골이식과 절개가 필요할 수 있고, 그건 CT를 보고 미리 말씀드립니다.
60대 초반 여성 환자분은 흔들리는 앞니를 5년간 버티다 오셨습니다. 첫날은 사진과 CT만 찍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날 잇몸 치료를 했고, 세 번째 날 임플란트를 심었습니다. 수술이 끝나자 "이게 끝이에요? 5년을 괜히 떨었네요" 하셨습니다. 임플란트 15,000개를 심으며 제가 배운 건, 두려움이 큰 분일수록 치료를 쪼개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점입니다.
치과가 무서운 환자분이 첫 방문 전에 해두실 일
1. 예약할 때 치과가 무섭다고 먼저 말씀하십시오. 2. 첫날은 검사와 상담만 하겠다고 정해두셔도 됩니다. 3. 과거에 아팠던 경험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십시오. 마취가 풀렸는지, 구역질이 났는지. 4. 치료 중 멈춤 신호를 미리 정하십시오. 왼손을 드는 식입니다. 5. 빈속으로 오지 마십시오. 긴장에 저혈당이 겹치면 어지럼이 옵니다. 6. 드시는 약 목록, 특히 혈압약과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챙겨 오십시오. 7. 가능하면 오전 진료를 잡으십시오. 하루 종일 걱정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명지에서 임플란트를 몇 년째 미뤄온 환자분이라면, 오늘 할 일은 수술 결심이 아닙니다. 검사 한 번이면 됩니다. 결정은 그 결과를 보고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환자분이 꼭 기억하실 네 가지
· 치과 공포는 성인 여섯 분 중 한 분이 겪는 흔한 일이며, 의지 문제가 아닙니다. · 염증이 심할수록 마취가 잘 안 듭니다. 아프기 전에 오시는 것이 가장 덜 아픈 방법입니다. · 무통마취와 절개 없는 임플란트는 통증과 붓기를 줄이지만, 뼈 상태에 따라 방법이 달라집니다. · 임플란트 치료는 검사, 잇몸 치료, 수술로 쪼개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더착한치과의원 황우석 원장입니다. 두려움을 먼저 듣는 것이 제 진료의 첫 단계입니다.
최종 검토: 2026-09-30 · 감수 황우석 대표원장 (치의학박사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