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여성분이 답답한 표정으로 오셨습니다. “다른 치과에서 충치 없다고 하는데, 저는 계속 아파요. 제가 예민한 건가요?” 확인해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이 있었습니다. “충치 없다”는 검사 결과는 정확했습니다. 다만 그 말이 “아무 문제 없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이 글은 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통증이 계속되는 환자분을 위해 씁니다. “찾지 못했다”와 “없다”는 다른 말입니다 이 구분이 너무 당연해서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자주 혼동됩니다. 그리고 이 혼동이 환자분에게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임상 역학에는 이것을 정확히 표현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absence of evidence is not evidence of absence)“라는 격언입니다. 1995년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짧지만 영향력 있는 글에서 나온 표현으로, 원래는 연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두 치료법이 동등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한 것이었습니다. 연구가 애초에 그 차이를 감지할 만큼 충분히 정밀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논리는 개별 진단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것은 그 검사가 찾도록 설계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문제 자체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그 검사가 애초에 그 문제를 찾기에 적합한 도구가 아니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간극은 생각보다 큽니다 1차 진료에서 표준 검사 후에도 설명되지 않는 증상은 전체 방문의 약 40%를 차지하며, 그중 명확한 생물학적 원인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는 경우는 약 25%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환자분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 중 상당수는, 그 순간 사용 가능한 검사 도구로는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때 그 다음에 어떤 대화가 이어지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분이 자신의 증상이 믿어졌다고 느끼는지, 아니면 무시당했다고 느끼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진단이 여기서 멈추면 안 되는 이유 특정 원인 하나를 배제한 검사가 음성으로 나오는 순간, 진료가 거기서 끝나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충치가 없다”고 확인됐으니 “치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짓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증상이 가리키고 있을 수 있는 다른 가능성들 — 엑스레이 각도로는 잡히지 않는 균열, 부비동이나 턱관절에서 오는 연관통, 다른 방식의 촬영이 필요한 초기 병변 — 은 배제된 것이 아니라 그냥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습니다. 진료가 첫 번째 음성 결과에서 멈췄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든 음성 검사 결과를 의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충치가 없다”는 검사 결과는 정확하고, 그것으로 관련된 질문은 끝나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더 좁고 구체적입니다. 특정 검사의 음성 결과는 그 검사가 답하도록 설계된 특정 질문 하나만 닫습니다. 환자분이 애초에 가지고 오신 더 큰 질문 — “왜 이 치아가 아픈가” — 까지 자동으로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이렇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 검사는 음성입니다”와 “아직 원인을 설명드리지 못했습니다”는 다른 말입니다. 전자는 정확하고 안심이 되는 말일 수 있습니다. 후자는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진단 과정을 계속 열어두는 말입니다. 그리고 환자분의 증상이 실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즉각적인 설명이 없다고 해서 그 증상이 상상된 것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환자분이 하실 수 있는 것 특정 검사가 음성인데 증상이 계속된다면, “제가 예민한 걸까요”라는 질문 대신 “다른 가능성은 무엇이고, 그것을 확인하려면 어떤 검사가 필요할까요”라고 물어보십시오. 이 질문이 진료를 원래 있어야 할 자리, 즉 실제 증상에 계속 머무르게 합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분 이야기 처음에 말씀드린 40대 여성분은 바이트 테스트로 특정 어금니에서 통증이 재현됐습니다. CT로 확인하니 신경에 가까운 미세 균열이었습니다. 크라운으로 진행을 막는 처치를 했고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충치가 없다는 게 다 괜찮다는 뜻이 아니었네요”라고 하셨습니다. 되돌아보면, 처음 검사에서 “충치 없음”이라는 결과 자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결과가 통증의 원인을 설명해주지는 않았던 겁니다. 그 차이를 인정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 것이 결과를 바꿨습니다. 환자분이 꼭 기억하실 3가지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것은 그 검사가 찾도록 설계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증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증상이 계속된다면 “제가 예민한가요”보다 “다른 가능성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십시오. 이 질문이 진단을 계속 이어가게 합니다. 원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은 정직한 상태이지, 증상이 가짜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 구분을 인정하는 대화가 정확한 진단으로 이어집니다. 더착한치과의원 황우석 원장입니다.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과 “아직 원인을 못 찾았습니다”라는 말은 다릅니다. 그 차이를 정확히 말씀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종 검토: 2026-08-06 · 감수 황우석 대표원장 (치의학박사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