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황우석 | 치의학박사(부산대학교 구강생화학)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 임상 24년
한줄 답: 이갈이가 있어도 임플란트는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힘을 나눠 받게 설계하고, 밤에는 나이트가드로 지켜야 오래 씁니다.
50대 중반 남성 환자분이 깨진 임플란트 크라운 조각을 휴지에 싸서 오셨습니다. 위 어금니 임플란트를 한 지 2년, 도자기가 깨진 게 벌써 두 번째였습니다. 왜 그런지 여쭈니 한참 생각하시다 말씀하셨습니다. "아내가 그러는데, 제가 밤마다 맷돌 가는 소리를 낸대요."
본인은 몰랐습니다. 이갈이 환자분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잠든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라, 함께 자는 가족이 먼저 알거나 치과 의자에서 처음 듣게 됩니다.
이 글은 이갈이나 이악물기가 있으면서 임플란트를 고민하거나 이미 하신 환자분을 위한 글입니다. 이갈이가 임플란트에 왜 위험한지, 내가 이를 가는지 어떻게 아는지, 그리고 이갈이가 있어도 임플란트를 오래 쓰는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갈이는 임플란트를 못 할 이유가 아니라 다르게 설계해야 할 이유입니다.
이갈이가 정확히 뭔가요?
이갈이(bruxism): 잠자는 동안이나 깨어 있을 때, 본인도 모르게 이를 갈거나 꽉 무는 습관입니다.
자면서 이를 가는 경우와 낮에 이를 꽉 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낮의 이악물기는 컴퓨터 작업이나 운전처럼 집중할 때 많이 나타납니다. 둘 다 씹을 때보다 훨씬 오래, 훨씬 강한 힘이 치아에 실립니다. 식사 중 씹는 시간은 하루 십여 분이지만, 이갈이는 밤새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갈이가 임플란트에 더 위험한 이유는?
자연치아 뿌리 주위에는 얇은 쿠션(치주인대)이 있습니다. 너무 세게 물면 이 쿠션이 신호를 보내 저절로 힘을 빼게 됩니다. 임플란트는 뼈에 직접 붙어 있어 이 쿠션이 없습니다. 그래서 임플란트로는 얼마나 세게 무는지 잘 느끼지 못하고, 힘이 그대로 크라운과 나사, 뼈에 전달됩니다.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15개 연구, 임플란트 2만 7천여 개를 모은 메타분석에서 이갈이가 있는 분은 임플란트 실패 위험이 약 4.7배 높았습니다. 나사나 임플란트가 부러지고 도자기가 깨지는 기계적 문제도 더 많았습니다(Ionfrida 외, 2024, Dentistry Journal, DOI: 10.3390/dj13010011). 다만 포함된 연구 대부분이 관찰 연구이고 이갈이를 진단하는 방법도 연구마다 달라, 정확한 배수보다는 위험이 분명히 높다는 방향으로 이해하시는 게 맞습니다.
이갈이 환자분의 임플란트가 오래 갈지를 가장 강하게 결정하는 건 임플란트 브랜드가 아니라, 밤새 실리는 힘을 몇 개의 임플란트가 어떻게 나눠 받도록 설계했느냐입니다.
내가 이를 가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아침에 턱이 뻐근하거나 관자놀이가 아프다면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거울로 봤을 때 앞니 끝이 평평하게 닳아 있거나, 혀 가장자리에 치아 자국이 물결처럼 찍혀 있거나, 볼 안쪽에 하얀 줄이 있는 것도 신호입니다. 진료실에서는 사각턱 근육이 단단하게 커져 있거나 금이 간 치아가 여러 개인 것을 보고 먼저 여쭙니다.
이갈이는 의지로 막을 수 있는 습관이 아닙니다. 스트레스, 수면의 질, 코골이 같은 여러 요인이 얽혀 잠든 사이에 일어납니다. 크라운이 깨졌다고 환자분이 관리를 잘못하신 것은 아닙니다. 대신 미리 알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갈이가 있으면 임플란트를 어떻게 다르게 하나요?
저는 수술 전 CT를 보면서 세 가지를 바꿉니다. 첫째, 뼈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조금 더 굵은 임플란트를 고릅니다. 지름 4mm 대신 5mm를 쓰면 힘을 받는 면적이 넓어집니다. 둘째, 크라운을 옆으로 길게 매다는 설계를 피하고, 힘이 임플란트 기둥 위로 곧게 내려가게 합니다. 셋째, 크라운의 씹는 면을 옆 자연치아보다 아주 살짝 낮게 맞춰, 세게 물 때 자연치아가 먼저 힘을 받게 합니다. 크라운은 나사로 고정해 문제가 생기면 풀어서 손볼 수 있게 합니다.
나이트가드, 어떤 걸 써야 하나요?
구분 / 치과에서 본뜬 단단한 나이트가드 / 약국·스포츠용 말랑한 마우스피스 어떤 경우에 / 이갈이가 확인됐고 임플란트나 보철이 있을 때 / 일시적으로 며칠 써보는 정도 어떻게 / 본을 떠 위 또는 아래 치아에 정확히 맞춤 / 뜨거운 물에 데워 대충 맞춤 효과 / 힘을 고르게 나누고 크라운을 보호 / 오히려 씹는 습관을 자극하는 경우가 있음 환자분 부담 / 제작 비용이 들고 몇 년마다 교체 / 저렴하지만 금방 변형됨
처음 말씀드린 50대 환자분은 크라운을 새로 만들면서 씹는 면 높이를 다시 맞추고, 위 치아에 끼우는 단단한 나이트가드를 만들어드렸습니다. 첫 2주는 "입에 뭘 물고 자니까 잠이 안 온다"고 하셨지만, 한 달이 지나자 익숙해지셨습니다. 그 뒤 4년째 크라운이 다시 깨지지 않았습니다.
40대 중반 여성 환자분은 낮의 이악물기였습니다. "모니터 볼 때 보니까 제가 이를 꽉 물고 있더라고요." 이런 분께는 나이트가드보다 먼저 한 가지를 권합니다. 입술은 붙이고, 이는 떼고. 모니터 옆에 작은 메모를 붙여두고 볼 때마다 확인하시게 했습니다. 생각보다 효과가 있는 분이 많습니다.
이갈이가 있는 환자분이 임플란트 전후로 하실 일
1. 함께 자는 가족에게 이 가는 소리를 들은 적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2. 아침 턱 뻐근함, 닳은 앞니, 혀의 물결 자국이 있는지 확인해보십시오. 3. 임플란트 상담 때 이갈이 여부를 먼저 말씀하십시오. 설계가 달라집니다. 4. 임플란트 크라운을 끼운 뒤에는 치과에서 만든 단단한 나이트가드를 쓰십시오. 5. 낮에는 입술은 붙이고 이는 떼는 자세를 의식적으로 연습하십시오. 6. 크라운이 들뜨거나 딸깍거리는 느낌이 들면 바로 오십시오. 나사가 풀리는 초기 신호입니다. 7. 코골이가 심하다면 수면 상태도 함께 확인해보십시오.
명지에서 임플란트를 상담하시는 분 가운데 이갈이 때문에 망설이는 환자분이 적지 않습니다. 미리 알고 설계하면, 이갈이는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환자분이 꼭 기억하실 네 가지
· 이갈이가 있어도 임플란트는 가능하지만, 실패와 파손 위험이 높아 설계를 달리해야 합니다. · 임플란트는 자연치아처럼 힘을 느끼는 쿠션이 없어 이갈이의 힘을 그대로 받습니다. · 임플란트를 끼운 뒤에는 치과에서 만든 단단한 나이트가드로 밤사이 힘을 막아주십시오. · 크라운이 들뜨거나 딸깍거리면 바로 확인하는 것이 큰 문제를 막는 길입니다.
더착한치과의원 황우석 원장입니다. 환자분이 잠든 사이의 힘까지 계산하는 것이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최종 검토: 2026-10-01 · 감수 황우석 대표원장 (치의학박사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