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대표원장
치의학박사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어차피 빠질 유치인데 충치를 꼭 치료해야 하나요 —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겠습니다

6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오신 30대 엄마가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선생님, 어차피 빠질 이인데 충치 치료 꼭 해야 해요? 아이가 너무 무서워해서요." 충분히 이해되는 질문입니다. 유치는 결국 빠집니다. 치료가 아이에게 힘든 경험이 된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생기는 일이, 치료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더 오래 영향을 미친다고.

이 글은 아이 유치 충치를 발견했지만 치료해야 할지 모르는 부모님, 아이가 무서워해서 치과를 미루고 계신 부모님, 유치와 영구치의 관계가 궁금한 부모님을 위해 씁니다.

유치(젖니)가 왜 중요한가요 — 어차피 빠지는 게 아닌가요

유치의 역할은 씹는 것만이 아닙니다. 유치는 네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첫째, 씹고 말하는 기능입니다. 유치가 일찍 빠지면 제대로 씹지 못하고 발음에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앞니가 일찍 빠지면 발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둘째, 공간 유지입니다. 유치는 그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 영구치가 나올 자리를 지켜줍니다. 유치가 일찍 빠지면 옆 치아들이 그 공간으로 쓰러지거나 이동해서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줄어듭니다. 이것이 나중에 치열 불규칙과 교정의 원인이 됩니다.

셋째, 영구치 발달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유치 아래에는 영구치 싹이 자라고 있습니다. 유치 충치가 심해져서 뿌리 끝에 감염이 생기면 그 아래 영구치 싹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영구치가 변색되거나 발육이 불완전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아이의 전신 건강과 삶의 질입니다. 충치로 인한 통증은 아이의 수면, 식사, 학교생활에 영향을 줍니다. 치과 공포의 씨앗도 이 시기에 심어집니다.

유치 충치, 얼마나 흔한가요

WHO 2022년 세계 구강건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약 5억 1,400만 명의 어린이가 유치 충치를 치료받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구치 미치료 충치 환자 수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합니다. 20년간 예방 프로그램이 진행됐음에도 유병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유치 충치는 가장 흔한 소아 만성 질환 중 하나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6세 어린이의 80%에서 유치 충치가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흔하다는 것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치 충치를 방치하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충치는 스스로 낫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집니다.

2022년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Albadri et al.)에 따르면 유아기 충치(Early Childhood Caries, ECC)는 학령기 영구치 충치 발생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유치 충치를 경험한 어린이는 이후 영구치에서도 충치가 더 많이 생겼습니다. (doi: 10.3390/ijerph192013459)

구강 내 충치 유발 세균은 유치에서 영구치로 이어집니다. 유치의 충치 환경이 영구치의 충치 환경을 예고합니다.

방치된 유치 충치가 진행되면 단계별로 이런 일이 생깁니다.

초기: 법랑질 탈회(하얀 반점). 이 단계에서는 불소 도포만으로도 진행을 멈출 수 있습니다.

중기: 상아질까지 진행. 충치 제거 후 충전 치료가 필요합니다. 아직 신경은 살아 있습니다.

후기: 신경(치수)까지 진행. 어른과 마찬가지로 신경치료(유치 신경치료, pulpotomy 또는 pulpectomy)가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더 힘든 치료입니다.

말기: 뿌리 끝까지 감염. 유치를 뽑아야 합니다. 공간 유지 장치가 필요해지고, 아래 영구치 싹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치료를 미룰수록 치료가 더 복잡해지고 아이는 더 힘들어집니다.

유치 충치 치료, 어떻게 하나요

초기(법랑질 단계): 불소 도포, 실런트(치아 홈 메우기), 식이 습관 교정. 삭제 없이 진행 가능.

중기(상아질 단계): 충치를 제거하고 글라스아이오노머나 레진으로 채웁니다. 협조도가 좋은 아이라면 무통마취 후 빠르게 진행합니다.

후기(신경 침범): 유치 신경치료(pulpotomy — 신경 일부 제거) 또는 pulpectomy(전체 신경 제거) 후 스테인리스 스틸 크라운으로 덮습니다. 유치용 스테인리스 크라운은 내구성이 좋고 한 번에 마무리됩니다.

말기(발치): 유치를 뺀 뒤 공간 유지 장치(space maintainer)를 끼워서 영구치가 나올 자리를 지킵니다.

어느 단계든 아이의 협조도와 불안 수준에 맞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무서워할수록 더 천천히, 더 세심하게 진행하는 것이 맞습니다. 첫 치과 경험이 이후 평생 치과에 대한 태도를 결정합니다.

아이가 치과를 너무 무서워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것이 많은 부모님이 치료를 미루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중요한 것은 첫 경험입니다. 아이가 처음 치과에서 아프거나 무서운 경험을 하면 그게 평생 치과 공포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첫 경험이 괜찮으면 다음이 훨씬 쉬워집니다.

저희 진료실에서는 아이를 처음 데려오시면 치료부터 시작하지 않습니다. 먼저 진료 의자에 앉아보고, 기구를 만져보고, 입 안을 거울로 함께 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아이가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이 먼저입니다.

마취가 필요한 경우에는 표면마취 젤을 먼저 바르고 충분히 기다린 뒤 극세침으로 천천히 진행합니다. 아이에게 마취 주사를 무섭지 않게 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협조가 매우 어려운 어린 아이의 경우, 소아치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진정요법(웃음가스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유치 충치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첫 이가 나오면 바로 닦기 시작하십시오. 생후 6개월 전후로 첫 유치가 나옵니다. 이때부터 거즈나 아기용 칫솔로 닦아줍니다.

불소 치약을 씁니다. 3세 미만은 쌀알 크기, 3세 이상은 완두콩 크기만큼 씁니다. 삼키지 않도록 지도합니다.

취침 전 우유나 주스를 물고 자지 않게 하십시오. 취침 중 당분이 치아에 오래 머물면 앞니부터 급속히 충치가 생깁니다. 이것을 우유병 충치(nursing caries)라고 합니다.

단 음식·음료를 식사 시간에만 주고, 하루 종일 조금씩 주는 것을 피하십시오. 노출 빈도가 충치 위험을 결정합니다.

첫 치과 방문은 첫 이가 난 뒤, 늦어도 돌 전에 하십시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와서 구강 환경을 점검하는 것이 아이에게 치과를 친숙하게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

7세 남자아이가 왼쪽 아래 어금니가 아프다며 엄마 손을 잡고 왔습니다. 충치가 신경 가까이까지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처음 진료 의자에 앉자마자 울었습니다. 천천히 대화하면서 기구를 먼저 보여주고, 표면마취 후 극세침으로 마취했습니다. 마취 주사를 맞을 때 아이가 "어, 안 아파요"라고 했습니다. 치료를 마치고 나서 "다음에 또 와도 돼요"라고 했습니다. 첫 경험이 달라지면 아이가 달라집니다.

5세 여자아이는 앞니 네 개가 거의 다 녹아 있었습니다. 취침 전 매일 우유를 물고 잠든 결과였습니다. 앞니를 살리기 어려운 상태였고, 발치 후 공간 유지 장치를 착용했습니다. 엄마가 "몰랐어요"라고 하셨습니다. 많은 부모님이 모릅니다. 그래서 더 일찍 알리고 싶습니다.

환자분(부모님)이 꼭 기억하실 4가지

유치는 어차피 빠지지만 그 시기까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공간을 지키고, 씹는 기능을 유지하고, 영구치 싹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충치를 방치하면 이 모든 기능이 무너집니다.

유치 충치가 심해질수록 치료가 복잡해지고 아이가 더 힘들어집니다. 초기에 발견하면 삭제 없이 불소 처치만으로 가능합니다. 발견이 늦을수록 치료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아이의 첫 치과 경험이 평생 치과에 대한 태도를 결정합니다. 무서운 경험이 되지 않도록 천천히 접근하는 치과를 찾으십시오. 치료 전에 아이가 환경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치과 방문은 첫 이가 난 뒤 가능한 한 빨리, 늦어도 만 1세 전에 하십시오. 문제가 없어도 미리 와서 점검하는 것이 예방의 시작입니다.

더착한치과의원 황우석 원장입니다. 유치를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영구치를 건강하게 시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최종 검토: 2026-07-10 · 감수 황우석 대표원장 (치의학박사 · 통합치의학과 전문의)